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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나루 칼럼

전화신점 후기 - 글 못 쓰는 작가, 점 볼 줄 모르는 무당

by 사주나루 티스토리 2024. 8. 27.

 

'점 볼 줄 모르는 무당' 아이러니한 말입니다.

글 못 쓰는 작가, 칼질 못하는 요리사, 수술할 줄 모르는 외과 의사 같은 맥락이랄까요? 무당이라면 점을 볼 줄 알아야 하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실상엔 점을 볼 줄 모르는 무당이 버젓이 존재합니다. 점이라는 영역 자체가 본디 메타피지컬적이기 때문에 명백한 결과물이 있는 타 영역에 비해 티가나지 않을 뿐이죠.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점을 보는 내담자의 몫입니다.

 

 


어렵게 점집을 찾아 점을 보면서도 '지금 제대로 보고 있는 거 맞나?'라는 걱정이 먼저 듭니다. 점집을 찾을 정도라면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텐데, 스트레스는 배가 되어 돌아올 것이고요.

방울선녀 선생님의 베스트후기에 오늘 주제와 같은 이야기를 나눠주신 내담자 분의 후기가 있어 먼저 소개합니다.

 


 

내담자 [비밀은없다]님 - 방울선녀

신점후기
신점후기

 

고등학교 졸업도 전에 점을 보기 시작했으니까 10년 넘게 점을 봤고
점에 쓴 돈만 족히 천만 단위는 되는 것 같아요. 사주나루에 충전한 돈도 벌써 200 넘겼네요.
오랜만에 선녀님과 좋은 시간이 됐었고 점다운 점을 보고 가는 것 같아서
이런 후기 남겨봐야 코인 좀 더 얻는 거 말고는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만
진짜 오랜만에 후기 쓰고 가요. 
수요일 퇴근하고 건강 및 결혼 문제로 점사 받았고 37분가량 전화했네요.
개인적으로 점사 괜찮았던 선생님 공유하는 톡방을 운영 중인데 요새 자주 언급되시는 분이길래
조금 기다려서라도 봤어요. 결과적으로 만족했고요.
원래 태생이 의심이 많고 남을 잘 안 믿고 인정도 못 하는 편이라 잔소리 듣는 걸 싫어해서
점사를 많이 참고하는 편인데 요즘 느끼는게 무당이라 하고 점다운 점을 보는 분들이 진짜 적다는 느낌이네요
개차반 성격이란 걸 감안해도 좀 심해요. 점 봐준다 해서 가서 보면 말할 거리 하나라도 더 캘려고
캐묻고 점사는 보는 둥 마는 둥 복비나 더 받을려고 머리쓰고...
복비 많이 드릴 수 있고 제대로 된 점사만 봐준다면야 몇 번이고 찾아가 줄 수 있는데  
기본중에 기본도 못하니...;;
쓰다 보니 좀 과격해졌는데 암튼 그런 현상에 좀 물렸었는데 선녀님은 오랜만에 만난 최소한 점!!!은 봐주시는
분인 것 같아서 조금 마음을 풀고 점 봤어요 ㅎ
정말 솔직하게 말하면 제가 정말 존경하는 선생님들에 비해서는 조금 약하긴 했어요. 
점이 틀렸다거나 하는 것보다 아직 시원하게 전달을 못 하신다 해야하나? 듣고 나서 제가 좀 정리해서 써야되는
그런 느낌. 아마 애동이셔서 그런거라 생각하고 경험을 많이 쌓으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해요
그런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결국 제일 중요한 점을 봐주면서 건강 문제나 결혼 문제를 디테일하게 잡아주시고
행동 하나하나 운대가 어떻게 흐를지 봐주시는 게 압권이네요. 
프로필을 좀 보고 받았었는데 오방점, 엽전점 보시는 걸 보니까 확실히 점 보는 걸 배우신 분같다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오히려 점 많이 안본 사람들이 이런 분께 점 봐야 된다 생각해요. 좋은 말 해주고 언니, 이모 하는 것도 좋은데
최소한 돈 쓴 값은 해야지...;;표현을 잘 못 해서 그렇지 아무튼 좋았다는 말이에요 ㅎ
덕분에 식 올릴 날짜랑 위치는 제가 정하는 쪽으로 확실히 했어요^^ 좀 불안했고 오빠 기를 세워주는 게 좋을까 싶었는데
영 아니더라고요. 시댁 측에도 의견 정하니까 알았다네요. 감사했어요.
이 쉬운 걸 다른 분들은 왜 못 보실까...ㅎ;
아직도 못 푼 문제들이 많으니 자리 잡을 때까지는 여러 번 찾아와서 선녀님께 도움 청하고 갈 듯하네요.
오랜만에 즐겁게 점 본 것 같아서 감사해요 선녀님^^ 또올게요

 



ㅣ점을 배우지 못하는 애동

 

점 볼 줄 모르는 무당이 생기는 이유는 생각만큼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대부분 '돈 때문에 뛰어드는 선무당 때문 아닌가?'라는 생각과는 달리, 복합적이고 안타까운 이유가 있어요.

특히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이제 갓 신내림을 받은 애동 문제입니다.

신내림은 받았는데 점 보는 법을 모르는 애동이 많습니다.

하지만 생계를 유지해야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점을 보는 것이죠.

전화점사

 

신내림을 받는다고 해서 바로 무당의 삶을 영위할 수는 없습니다.

무당이라고 매번 신이 몸에 들어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접신이 아니라면 일반인과 비슷한 상태예요. 그러니 무당으로서의 삶을 위해서는 그 방법을 차근차근 습득해야 합니다.

과거 한국의 전통 무속 승계 과정은 가문을 중심으로 한 세습무가 중심이었습니다. 대부분 가문에서 굿, 부적, 점사 보는 법을 가르쳤죠.

오랜 기간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배우기 때문에 세습 과정이 끝나고 무당이 되는 순간에는 필요한 능력을 대부분 습득한 상태였죠.

세습 가문이 아닌, 강신 과정을 통해 신내림을 받는 강신무의 역시 무당의 업을 알려줄 스승이 있었던 것은 동일했습니다.

그 역할은 대부분 내림굿을 진행한 무당, 즉 신엄마가 맡고 있었죠. 내림굿뿐만 아니라 무당으로 제2의 삶을 알려줄 스승이자 부모인 거예요.

세부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핵심은 전수받아야 할 기술이 분명히 있다는 거죠.

 

전화신점

 

그러나 오늘날엔 이러한 구조를 제대로 지키지 않습니다.

세습무는 대부분 사라졌고, 강신무가 그 자리를 꿰고 있으며, 그 강신무 마저도 신엄마, 신딸 간의 강한 결속력이 옅어지고 있습니다. 신엄마가 내림굿만 해 주고 애동을 나 몰라라 방치하는 거예요.

애동들은 신엄마의 말만 듣고 신내림을 받았는데, 어떻게 무당의 삶을 영위할지는 전혀 배우지 못하는 겁니다.

물론 과거에도 신엄마, 신딸 간의 관계가 좋지 않아 버려지는 애동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엔 그 정도가 지나치죠.

내림굿 비용이 비싸지고 선무당이 증가하며 '돈'을 목적으로 하는 신내림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신내림을 받았는데 이제 어떡하죠?'라는 질문이 비일비재합니다.

이런 질문을 하는 애동들이 원래는 잘 살아가던 일반인 여성이 대부분이라는 걸 생각하면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죠.

 

신점

 


 

전문가들은 앞으로 점 볼 줄 모르는 무당이 증가할 것이라 조망하고 있습니다.

내림을 받지 말아야 할 사람에게까지 무작정 내림을 하는 행동을 거두지 않는 이상, 점 볼 줄 모르는 무당은 늘어날 것이고 그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 건에 수백, 수천 만원 하는 굿과 부적만을 권하며 점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들이 양심을 되찾지 않으면 내담자들은 결국 검증되지 않은 무당에게는 점을 받지 않는 선택밖에 할 수 없습니다.

종극에는 개인 활동을 하는 무당에게는 아무런 신뢰를 느낄 수 없는 지경까지 도래할 거예요.

결국 신내림을 받은 애동, 신내림을 해 준 무당, 내담자 모두에게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겁니다.

신점에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살아온 저로서는 그런 상황만을 피하고 싶네요.

이상 전화신점 후기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